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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2 레저렉션의 엉터리 번역은 왜, 어떻게 문제가 되는가?

 

현재 오픈베타 중인 디아2 레저렉션(이하 D2R)의 한글화, 특히 아이템 번역은 가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시스템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여기지만,블코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국내 로컬라이제이션 단에서만큼은 강한 이의를 제기해야한다 여겨 불편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게임 디자인을 무시한 우겨넣기식 직역

 

도검 카테고리 첫 번째 무기인 숏소드(Short Sword) 는 D2R에서 무려 '단검'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짧은(Short), 검(Sword)이 될 테니, 어떻게든 우겨서 단검이 맞다고 칩시다. 하지만 카테고리나 모양새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단검'과는 거리가 있네요.

 

 

심지어 이 게임 내에는 도검류와 단검류가 다른 무기 카테고리로 나뉩니다. 그런데 Short Sword를 단검이라고 써놨으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짜 '단검(Dagger)'류는 무엇으로 번역했을까요?

 

단도와 소도가 되었습니다. '단검' 명칭은 도검 카테고리에 줘버리고, 더크(Dirk)는 아무 맥락도 없이 '소도(小刀)'로 번역되어 있네요. 참고로 더크는 역사적으로도 명확히 구별되는 무기의 명칭, 즉 명사입니다. 위키피디아에 별도 문서도 있지요. (https://en.wikipedia.org/wiki/Dirk))

 

더크가 뭔지 모르겠으니 그냥 소도로 바꾼 건지, 그 의도를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만, 한편 디아블로2에 등장하는 단검은 총 12종에 달합니다. 단도와 소도로 변해버린 대거와 더크 외에도 포이너드, 런들, 친퀘디아 등... 별도의 위키 문서와 나름의 역사, 히스토리를 가진 무기 이름들이 있지요.

 

더크(좌) / 포이너드(우)

 

이렇게 고유의 이름을 가진 유명한 무기들을 게임에 등장시키는 것은 레벨 디자인적 측면에서 아이템 등급을 나누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중세 유럽 전역의 역사를 아우르는 매니악하고 다양한 장병기들을 게임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게임 속 재미 포인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이렇게 '찐'이다라는 어필도 할 수 있었고요.

 

비록 시대적 한계와 용량의 이슈로 각 모델 간 명확한 차이점을 내세우지는 못했을지언정, 한 게임 내에서 시미터와 커틀라스, 야타간, 세이버와 샴쉬르, 펄션, 털워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 등장하는 곡도의 명칭을 총망라한 게임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손에 꼽습니다. 당시 게임 기획자,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그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했지요.

어머나, 그런데 이런 중세 다크판타지적 감성을 싸그리 밀어버리고 신월도와 굽이칼이 남았군요.

 

APPLE를 사과로 번역했다면, 반대로 사과를 영어로 번역했을 때에도 APPLE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글로도 '애플'이라 쓰는 게 옳습니다. 번역은 언어 덮어쓰기가 아니라, 의미의 쌍방 교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미터(신월도), 펄션(언월도), 세이버(굽이칼) 등을 이런 맥락에서 번역이라고 할 수 있나요?

 

 

게임의 분위기는 물론, 도리어 직관성까지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른 '막'번역

 

이런 막무가내식 한글화는 급기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칭들을, 한글화라는 이름 하에 전혀 생소한 것들로 바꾸기에 이릅니다. 무슨 문화대혁명 수준이예요. 국립국어원에서 나오셨나요?

 

로컬라이제이션은 단순 한글화뿐만 아니라 현지 고객, 대중의 문화와 시선에 맞게 콘텐츠를 변경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게임을 즐길 만한 고객층과 타겟의 문화적 범위 내에서 익히 수용할 수 있는 명사라면 그걸 사용해야지, 의도적으로 영어를 척결하는 것이 현지화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음차는 죽어도 쓰기 싫은데, 번역하자니 마땅한 대체 단어가 없으니 새 단어를 창조해 우겨넣는 식의 번역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모닝스타 → 샛별곤봉은 그 단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마치 피아노라는 단어가 영어니까 쓰기 싫다며 억지로 '좌식건반악기'라고 번역해놓은 수준입니다.

 

모닝스타와 '샛별곤봉', 무엇이 더 익숙하고 직관적인가요? 

카이트실드와 '연방패', 무엇이 더 익숙하고 직관적인가요? 

여러분은 '십자검' 이라는 단어에서 클레이모어가 연상되시나요? 

 

심지어 클레이모어(claymore)는 옥스포드 영한사전에서조차 일반적인 양손검과 달리 설명하고 있는 명사임에도, 얄짤없이 '십자검'이 되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아블로2 등장 아이템 상당수, 아니 장비류의 대부분이 이렇게 저마다 실제 역사상의 쓰임새가 있던 것들이고, 고유 명칭이 있으며, 걸맞은 히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내 디자인 또한 실제 사례에 근접하게 그려져 있지요. 판타지성이 강화된 디아3과 다른, 고딕호러 장르의 대표주자인 디아2만의 차별점 중 하나였습니다.

 

클레이모어를 십자검으로 바꾸는 것은, 그러한 기획 의도를 전면으로 배반합니다. 게임의 큰 특징 중 하나를 스스로 버리겠다는 겁니다. 설마 유저들이 클레이모어라는 단어를 모를까봐 친절하게 십자검으로 바꿔주시는 건가요?

 

 

의미와 맥락까지 뒤바뀐, 이것은 번역인가? 한글 덮어쓰기인가?

 

이렇듯 저마다 고유의 이름과 히스토리를 가진 아이템들을 막무가내식 한글명으로 덮어쓰다 보니, 아예 맥락과 의미가 달라지는 일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명사를 무시하고 새 이름을 덮어쓰는 과정에서, 본래 아이템이 가지고 있었던 히스토리마저 싹 지워지는 것이죠.

 

15~16세기 르네상스시대 보병용 방패 중 하나인 론다쉬(Rondache)는 블코의 한글화 과정에서 그 이름이 원방패로 바뀌며 그 히스토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김춘수의 시를 기억하십시오. 내가 꽃이라고 불렀을 때 꽃이 되어 내게로 다가오는 법입니다. 레더아머가 가죽갑옷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유한 이름이 뒤바뀌는 것은 그 히스토리와 의미마저 지워짐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일관성도 없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으셨다면 와, 맥락이고 나발이고 무작정 다 한글(한자)어로 바꾸려고 하는건가? 싶으시겠지만, 또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번역 패턴을 보면 스페툼은 세날창, 크리스는 굽이단도 쯤으로 바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데 그건 또 그대로 썼어요.

 

캐릭터 대기 화면에서 퀵스타트 버튼은 '시작' 정도로 바꿔도 아무 문제 없을법한데도 '플레이'라고 써 있고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명사인 클레이모어, 더크, 론다쉬 등은 기를 쓰고 의미를 삭제했으면서, 스페툼이랑 크리스는 왜 냅두는 거지?

원작의 분위기를 잃지 않는 선에서 명확히 통일된 기조 하의 가이드라인을 세운 뒤에야 현지 문화에 맞춰나가는 것이 로컬라이제이션이라 알고 있었는데, 제가 헛배운 게 맞나봅니다. 이런.

 

 

진짜 걱정되는 것은 이제부터라구

 

현재까지 게임 내에서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은 대개 노멀 아이템입니다. 제 레벨이 아직 27이라 낮아서 그런 건지, 아무리 갬블을 돌려도 익셉셔널은 뜨지 않더라구요.

 

맞습니다. 아직 번역명이 밝혀지지 않은 익셉셔널과 엘리트 아이템이 남아있고, 윗부분에서 말씀드렸듯 이 게임에 등장하는 단검 분류만 총 12종에 달합니다. 포이너드, 런들, 친퀘디아, 팽나이프, 스틸레토....

 

지금까지의 번역 기조로 미뤄보건대, 과연 이 유서깊은 '명사'들을 어떻게 번역할지 두근대는 기대감보다, 또 어떤 어처구니없는 한자어로 덮어씌워 명사를 말살할지 더 걱정되는 상황이네요.

 

 

결론: 고유한 이름은 좀 지켜주시죠

 

클레이모어와 카이트실드를 대체할 단어를 섣불리 창조번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고유의 명사를 가진 무언가를 어설프게 번역해봤자 역효과입니다.

클레이모어는 클레이모어일 때 가장 익숙하고, 어감이 가장 좋습니다.

 

레더부츠가 가죽신발인 것은 좋지만, 건틀릿이 손목장갑인 것은 두고두고 봐도 어처구니 없다구요.

 

 

 

한국인도 모르는 단어들과 그 단어들을 나열해서 몬스터 이름과 장비 지역이름을 만드는 건 그야말로 서구 중심적으로 동양을 표현하는 거임

미드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동양 배우들의 외모나 동양 문화 표현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다 뒤져봐도뭔가 이질적임 지금 우리 아시아는 그렇지 않거든

근데 서구인들은 그 배우들의 외형과 문화가 아시아의 전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임

대한민국 사람들은 소도와 쐐기검을 국사책에서만 접함그건 우리의 전통문화긴 하지만 우리 나라의 현재는 아니란 말임

그걸 알아들으라고 그게 현지화라고 너희의 문화라고 하면서이 번역을 제공한다면그건 현재 대한민국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밖에 생각이 안 됨

 

차라리 짧은검 같이 한글이 섞인거면 다른 쯔꾸르 게임에서도 주로 봤던 단어니깐 적응하기 편한데 소도 같이 억지로 한자쓰는거는 진짜.그리고 이런 영어단어 사이에 단군, 온달같은 한국템이라 불리우는 아이템이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건데 적당히 섞어 썼으면 좋았을껄 너무 극단적으로 바꾼게 아닌가 싶죠.

 

바람살 한아비로 좋아해주니까 선을 넘어버린 게 아닐까요?
그 당시에도 바람살이나 한아비가 윈포, 할배검과 다르게 입에 붙지도 않다 보니까반발이 좀 있었는데 어찌됐든 받아들여지고나니까이래도 받아들여? 하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힐링, 활력을 치유, 회복으로 바꾼 것도 눈에 너무 거슬립니다

가뜩이나 폰트가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어차피 마나 포션이 마나 물약이 됐으면그냥 힐링 포션, 활력 포션은 그대로 뒀어도 됐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스타1에서는 지원했던 음역을 왜 이번에는 지원하지 않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진짜 샛별곤봉은 레전드다. 현지화도 그게 자연스러울때 먹히는거지 세상에 없던 단어들을 쳐 만들어대고 앉아있으니..

그와중에 또 지들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아마존 같은건 냅두는것도 웃김. 억지단어 만들기 초고수들만 모아놓은 블코인데 억지쓰는김에 화끈하게 다 쓰지그러냐. 뭐 밀림여전사 이런식으로 만들어줘. 좀 더 웃을수있게

 

화염구라는 초월번역을 하던 블자는 이제 없네..

번역 보고 미친놈들인가? 싶어서 영문으로 바꿔서 플레이 중입니다.

화채가지고 네이처스 시리얼 거리던거 생각나네

한글이라는 표음문자 알파벳을 두고 왜 굳이 저럼? 그냥 영화포스터처럼 영어권 발음 그대로 이식하면 될 거 같은데

차라리 이게 좋은 방법일수도

기존 디아2한글은 그런식임 ㅋㅋ

 

양쪽에 다 정당성이 있을 때나 호불호가 갈리는 거지.더크를 소도라고 번역했다는데, 그럼 "소도"라는 단어에서 스코틀 랜드를 유추해 낼 수 있겠음? 한복을 "wide dress"로, 기모노를 "narrow dress"로 번역한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됨.
역사도 의미도 사라졌다는 게 이런 뜻.

 

베타 해본 결과 이대로 나오면 졷망함 ㅋㅋ

진짜 번역 개ㅈ같음 ㅋㅋㅋ 앵간하면 참고하는데 ㅅㅂ 엑트1 로그 시체가 도적 시체로 번역되더라 ㅋㅋ 개 븅신 블리자드!

 

 

논란의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액트1 한글 번역 모음

액트 -> 막 나이트메어, 헬 -> 악몽, 지옥 로그 -> 도적 공격력 -> 피해 방어등급 -> 방어력 (* 구디아에서 공격력, 방어등급이라고 번역했는데 굳이 다시 바꿔놓음) 스파이크 -> 쐐기곤봉 활력 포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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