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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1화

 

유학파 '김형'

처음으로 쓰는 사람은 유학파 김형 이라는 사람이야.

왜 이사람을 선택했냐면 별로 자극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내가 강랜 다니면서 처음 안면트고 인사하고 대화라는걸 한 사람이거든 그래서 택했어.

 

이 양반을 랜드에서 처음 본건 한 8개월쯤 전인 것 같아.

나도 뭐 자주 출입하지 않았던 시기라서 그냥 혼자 앉아서 게임만 하다 가곤 했는데, 내가 갈때마다 있었고, 그것도 항상 같은 테이블에서만 게임을 하더라고. 그래서 한달 정도를 (한주에 한번 정도 가니 4번정도)

그렇게 만나니까 서로 인사를 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어. 그리고는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

나이는 72년 생으로 나보다 형이었어.

(이것도 물어봐서 알게 된건 아니고 우연히 보게된 입장권에 찍여있던 생년월일을 보게 되서 알게 된거임)

 

생긴것은 전형적인 범생이 스타일이었고 집은 경기도 부평(부평경기도 맞냐? 인천이냐?) 이였어.

랜드를 떠나지 못한지 4년째 접어들고 있는 전형적인 랜드 상주인이었지.

항상 같은 핏의 같은 테이블에만 앉아서 11핏의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는 사람들도 많고 거의 터주대감 같은 그런 양반이었어.

독일에 유학을 갔다온 사람이었고 몰고 다니는 차가 B사의 520 이었으니까 돈도 조금은 있는 사람이었나봐.

 

김형은 항상 일과가 똑같아.

자리예약이 되면 입장을 하고 자리예약이 안되면 입장하지 않는다.(자리예약 시스템은적지 않을게)

자리 예약이 되면 자리에 앉아서 50만원을 페이(칩으로 환전)해.

10만원짜리 세개 30만원

1만원짜리 18개 18만원

1000원짜리 20개 2만원 이렇게 환전을 해

그러면 도합 50만원이 되겠지? 이렇게 게임을 진행해.

 

최저 배팅은 천원, 맥시멈 배팅은 2만원을 넘는 걸 본적이 없어.

따도 잃어도 김형 은 얼굴표정의 변화가 없어.

그리고 게임을 하는 방식도 완전 기계적이야. 감으로 하는 법은 전혀 없고, '베이직' 이라는 기본전략을 철저하게 고수하여 그냥 기계처럼 초이스를 하며 블랙잭을 해.

 

그의 힛 초이스에는 두려움이 전혀 없어. 그리고는 딱 새벽 2시까지 하고는 숙소로 내려가.

돈을 잃었던 따던 상관없이내려가는거지. 그냥 기계적으로 하는거야.

정말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도박을 하는거지.

게임이 안 풀린다 싶으면 계속 '천원'짜리 하나로 배팅을 하면서 기다리는거야.

그러다가 어느정도 슈가 올라왔다 싶으면 만원짜리 하나 배팅하고 따면 또 만원을 배팅하고 두판을 이기면 다시 천원짜리로 배팅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5만원이나 10만원 정도 따면 수성모드로 들어가서 2시까지 놀다가(?) 숙소로 돌아가는거야.

 

얼마간의 생활비를따게 되면 철저하게 그 다음날을 위해 굳히기 모드를 잘하는 사람이었어.

당장의 숙박비와 식비는 벌어야 생활이 되니까.

참고로 김형은 딜러에게 절대 팁을 주지 않아.

보통 1000원 배팅해서 블랙잭 잡으면 1.5배인 1500원을 주거든.

그런데 알다시피 미니멈 배팅이 오백원이라서 실제 환전되는 칩은 500원짜리가 없어.

그래서 배팅은 할수 없는 플라스틱 칩을 이용해서 1500원을 페이해주는데,

이런 경우 보통 500원짜리는 딜러에게 팁으로 던져주곤 하는데 김형은 이것마저도 챙겨.

그래서 다음번에 또 블랙잭이 나오면 이걸 건네주고 2000원으로 받는 억척스러움을 보여주곤해.

 

 

 

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2화

 

마치 정해진 하루의 일과를 매일매일 반복하는 공산주의 시절

동독의 식료품가게 사장처럼 규칙적으로 게임을하는 김형은 진정한 중독자였어.

주변 사람들과는 아는 척을 하기는 하지만 얘기는 별로 안해.

 

내가 옆자리에 앉게 되면 옆에 있는 나하고는 얘기를 조금 하지만 그냥 인사만 할뿐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

그러던 어느날 내가 강원랜드에 갔는데, 자리예약이 안된채 간거기 때문에 난 뒷전을 칠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당연히 김형의 뒷자리로 달려갔지.

왜냐면 내 소중한 돈을 게임룰도 잘 모르고 자기 멋대로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맡길수는 없잖아.

(참고로 말하자면 뒷전에서 사이드 배팅한 사람은힛 스테이 더블 스플릿에 대한 권한이 없다. 앞전이 하는대로 그냥 따라가야 됨.그래서 ㅈ병신같은새끼 뒤에서 뒷전치면 돈 다 날아가는 경우 생기니까 유념해야 됨)

 

김형 만큼 앞전으로 든든한 사람도 없었지. 단언컨데 난 지금이라도 강원랜드에서 누구의 뒤에서 뒷전을 치겠는가?

라고 지나가는 여대생이 묻는다면, 0.14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형" 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

그만큼 김형은 믿음직스러운 '베이지커' 였으니까.

 

근데 그날은 김형이 한시간 정도 게임을 하더니 "나 잠깐 나가야 되니까 내 자리에서 남은 시간만큼 해" 라고 하더니

옷을 챙겨 입더라고. 난 일단 고맙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조금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

 

'동독의 식료품가게 사장처럼 규칙적인 사람이 오늘은 왠일로 점심시간도 안되었는데 자리를 비우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나는 그에게 물었어. 무슨 일 있냐고.

 

얘기를 들어보니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고. 지금까지는 모텔에서 투숙했는데, 돈이 좀 많이 들어서 원룸을 하나 얻었다는 거야.

그래서 4년간 머무르던 모텔을 떠나서 원룸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도와 드릴까요?" 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짐이라고 해봤자. 차에 가득 실려있는 옷밖에 없다고 하더라.

한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다시 김형이 오더니 이사가 끝났다고 하더라고.

 

4년동안 여기 있었으면서 이사를 한시간 좀 넘는 시간에 끝낼 정도로 김형은 짐이 없었던 거였어.

가진 것라고는 옷밖에 없었던 거지.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어. 짐이 인생에 대한 미련의 척도가

될수는 없지만 짐이 저렇게 적으면 홀가분하게 떠날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그렇게 또 김형은 원래 자리에 앉았고 게임을 하고 있었어.

김형은 카드가 잘 들어오면서 연승 분위기를 타고 있었어.

그런데 딜러가 교체되니까 "담배나 한대 피러 갈까?" 라면서 나를 흡연실로 인도하더라

어쨌든 보통 딜러교체가 되어도 자기 카드 잘 들어오고 연승하고 있으면 자리에서 뜨지 않는 것이 이바닥 생리이고

김형이 평상시에 하던 행동이었어. 하지만 담배피러 가자고 하길래 나도 그냥 쫄래쫄래 따라갔어.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난 또 염치없이 물어봤지.

 

나 : 불슈 왔는데 왜 일어나셨어요?

지금처럼 랜덤셔플 돌리는 기계가 도입되기 전에는 동에다 카드를 담아놓고 순서대로 한장씩 뽑곤 했는데 그 통의 모양이 마치신발처럼 생겨서 SHOE 라고 하더라.

그래서 통에서 불이 날 정도로 잘된다고 "불슈" 라고 한다.

반대로 졸라 안될때는 악슈라고 함

 

김형 : 어? 저 딜러때문에...

나 : 딜러가 왜요?

 

평상시엔 딜러탓도 안하고 다른 핸디들 탓도 안하고 묵묵히 자기카드에만 집중하던 김형이었기에 좀 의아했지. (핸디중에 어떤 딜러 오면 카드 안된다 이런 미신 믿는 새끼들 종종 있음)

 

김형: 내가 4년전에 여기 처음 왔을때 제일 처음 만난 딜러가 저 딜러였거든, 그런데 다른 딜러때는 안되다가 아까 그 딜러가 순번되서 우리테이블 다시 왔을때만 계속 따게 해줬어. 그래서 그냥 150만원을 땄어.

그래서 지금까지 코 꿰서 지금까지 여기 못 떠나고 있는거고. 그래서 보기가 싫어 왠지.

하면서 씁쓸하게 웃더라고.

 

병신새끼야 그 때 땄으면 그냥 자리 박차고 520 몰고 부평으로 가지 왜 여기 중독됐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라서 그렇게는 못했어. 그리고 김형은 또 말을 이었지.

 

김형 :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게임하느라 임종했다는 전화도 못받았어.

그래서 그 다음날 부랴부랴 내려갔다가 또 어쩔수 없이 여기로 왔는데 그래서 괜히 저 딜러 보면 밉고 성질나고 꼴보기 싫어서 그냥 내가 피해.

아마 저 딜러도 내가 일부러 피한다는 사실을 알거야. 왜 피하는지까지 이유는 모를테지만...

 

어쨌든 이날 김형은 자리를 많이 이석한 관계로 2시간이라는 허용된 시간을 다 써서 자리가 아웃이 되어버리고 평소보다는 일찍 식료품 가게의 문을 닫고는 새로 마련한 원룸을 정리한다는 핑계를 대며 일찍 내려갔어.

 

그리곤 나도 잠깐 생각했어.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때 나도 저런 꼴을 당할 수 있겠구나.

급한 연락 받았을때 서울에 있으면 한시간이면 가겠지만 랜드에 있다가 그런 소식 들으면 4시간은 족히 걸리고 왜 이렇게 늦었냐는 말에 "도박하다가 늦었어요" 라는 천인공노할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형으로 인해 깨우쳤어.

 

하지만 김형은 아직도 강원랜드에 있어. 그 후로도 갈때마다 있었고 그날 또 계속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근근히 연명해가고 있었지.

슬몃슬몃 지나가며 김형과 눈인사를 하면서 테이블앞에 쌓여 있는 칩들을 보면 그가 오늘 얼마를 땄는지는 한눈에 대충 알수 있었어. 왜냐면 그는 항상 똑같은 금액을 페이하니까 단번에 알수 있었지.

 

3년정지를 신청한 내가 3년후에 정지를 풀지 안 풀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3년후에 강원랜드를 찾아갔을때 그때에도 김형이 거기에 있고 내가 김형을 만나게 된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반가워서 해맑은 웃음을 짓게 될까?

아니면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한 김형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띄며 인사를 하게 될까?

 

 

 

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3화

 

(최형 이야기)

어제 썼었던 김형 보다 사실상 눈으로 '목격' 한 것은 최형이 먼저야. 랜드 자주 가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입장대기 전이나 흡연실이나 카페테리아 심지어 싸우나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인상이나 행동이 특이해서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지만 뇌리에 남는 사람이 있어.

최형은 그런 사람이었다. 왜 최형이 뇌리에 남았는지 이유를 말하자면.

최형이 생긴게 딱 마동석 같이 생겼어. 거의 90% 이상의 싱크로율이다. 얼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웃는 인상도 거의 똑같아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지만 자주 눈에 띄어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어.

 

이 형의 인상착의는 험악하지만 항상 헤헤 하며 웃는 상 이야

최형도 주로 11핏에 서식하고 있어서 스쳐지나가면서 볼 기회는 많았어

어쨌든 최형이 내가 앉은 테이블에 있다는 것만으로 강랜룰러 새끼들의 잔소리를 하루종일 듣게 될 나로서는 천군만만를 얻은 느낌이었지. 더구나 ㅅㅂ 최형과 나를 제외한 5명은 모두 ㅂㅈ들!!!

딱 봐도 50대는 족히 넘어보이는 아주매미들 5명...

(강랜 다니면서 40,50대 아주매미들 중에 베이직 치는 사람 딱 한명 봤다)

 

최형은 내가 베이지커 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 상황이엇음.

테이블에 7명이 다 착석을 하고 딜러의 수신호와 함께 첫 게임이 시작되는데 최형이 웃으면서 한마디 하더라.

 

최형 : 다들 기분 좋게 게임하러 왔으니까 다른 사람이 카드 어떻게 치는지 간섭하지 말고 남탓하지 말고 칩시다.

전원 : 그럼요. (이때까지는 이 ㅅㅂ년들 이렇게 말하지만 돈 잃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한다.)

우리 테이블에서 게임이 시작하고 두번째인지 세번쨰게임인지 그즈음에 나한테 10,2 가 떨어지고 딜러는 2를 오픈하고 한장은 감춰져 있다.

이 상황이 극명하게 강랜룰러 냐 베이지커냐는 가르는 상황이다.

보통 강랜룰러면 여기서 카드를 더 받지 않고 스테이를 한다.

10을 받아서 22가되어 죽어버리는 상황이오금지리도록 무서운것이다.

 

하지만 난 베이지커!! 최형에게 보란듯이 딜러를 바라보며 "힛" 이라며 카드를 더 달라고 했다.

딜러 개새끼는 "힛이요?" 하고 되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힛 하는 새끼가 별로 없어서 확인차 묻는 것 같았다.

 

"네 힛 맞아요 주세요" 라고 말한후 내가 받은 카드는 10 ㅠㅠ 버스트가 나서 죽었다.

아주매미들의 킥킥대는 상황

최형은 나를 바라보며 알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어 이 새끼도 베이지커네? 허허' 하는 그런 미소였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나와 최형은 베이직으로 게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사건은 12시를 조금 넘은 상황에서 일어났다.

조금씩 돈을 잃어가던 아주매미들이 슬슬 욕할 상대를 찾기 시작했지.

지 능력 없는건 모르고 정부탓하며 쉰 김치듵의 데시벨이 점점 올라가고 잇었지.

 

"아휴 저걸 왜 받아"

"아휴 블랙잭 처음 하나? 저걸 안 받고 그냥 넘기네 쯧쯧"

하지만 최형은 따고 있었기에 묵묵히 참았어.. 난 거의 본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고.

그러다 결국 최형이 폭발했어.

"아 ㅅㅂ년들이 주둥이가 두개씩이라 그런지 말들이 ㅈ같이 많네 주둥이 10개를 다 찢어버릴라니까

조용히 좀 합시다잉~"

 

소리를 지른건 아닌데 확실히 다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을 했지.

순간 나도 움찔했어.항상 헤헤 하며 웃는상 의 그가 씩씩대며 화를 내니아주매미들은 최형의 기세에 눌려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어느 강단있는 아주매미가 딜러를 보며 이렇게 막말해도 되는거냐며 과장(핏보스)을 불러달라고 하더라고.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딜러는 과장을 불러야 해.

 

CHECK PLEASE! 라고 그자리에서 딜러가 손을 들고 과장을 부르면 플로어 퍼슨이 와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 딜러는 그냥 카드 돌리는 기계라 아무런 권한이 없어.

 

 

 

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4화

 

결국은 플로어퍼슨(과장이라고 그냥 칭할게 대리도 있지만 그냥 과장으로 통칭한다)이 와서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더라고, 아주매미들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데 주둥이가 두개씩.....합이 10개를 ㅉ어버릴라....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주는데 나도 웃고 딜러새끼는 웃음 나오는거 억지로 참고 있는거 눈에 보이고, 대리 남자새끼도 생글거리면서 고객 응대하고 있었지만 웃긴게 눈에 보이더라. ㅋㅋㅋ

 

사실여부를 최형한테 물으니까 최형 남자답게 "예 내가 했소 미안합니다" 이렇게 쿨 사과를 하더라고. 그러니까 과장도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하고 정지조치 같은건 취하지 않더라고.

최형은 열받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를 보고는 "어이 형씨 담배 한대 피러 갑시다" 하더라고.

ㅅㅂ 나도 키 180넘고 몸무게도 85키로라서 어디가서 꿀리지는 않는 몸뚱이라 생각했는데....

최형의 포스에 눌려서 "예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하며 쫄래쫄래 하며 따라갔지

 

흡연실 안

최형 : 아 ㅅㅂ년들 ㅈ같이 열받네. 간만에 자리 없어서 11핏 못앉고 10핏에 왔는데 허허 형씨도 베이직 치시던데 아직 별로 못 올리셨지? (참고로 올린다는 표현은 딴다는 표현임)

나 : 예 거의 본전이예요.

최형 : 아우 열받네...내 그것들 가만히 두나 봐라.

하면서 담배를 끄면서 일어나더라고.

 

이때 솔직히 좀 무서웠다. 최형이 딱 봐도 체형이나 얼굴이 조폭 스타일이고 팔뚝이나 몸뚱이 봐도 포스가 장난 아니고 아주매미들 제압할때 뿜어내는거 보고는 나도 좀 무서웠거든...

막말로 ㅅㅂ 살인마 빙의해서 아주매미들 5명 다 죽여버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어.

그래서 흡연실에서 같이 나갈때는 흡연실 문을 열어드리는 센스를 발휘했지.

 

아줌마들 두들겨 패다가 엉겁결에 나까지 쳐 맞아서 장애인인 내가 장애가 추가되면 안되잖아.

1타 4피를 넘어서서는 안된다!

1타 5피는 막아야 한다 !!

난 착한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갖고 여차하면 최형을 막으려고 긴장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형이 살기 띤 표정을 지으며 파카 안주머니에 손을 쓱~ 넣는거야.

헉!!

난 분명히 저기서 칼이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지갑이 나오더라 헤헷...

그러더니 5만원짜리 20장을 던지면서 핑크로! 라고 외치더라고

 

딜러 : 올핑크요?

최형 : 어 올 핑크 (5000원짜리 칩) 그리고 자기앞에 쌓여 있던(만원짜리며 십만원짜리도 다 내밀며) 이것도 다 핑크로 체인지!

ㅅㅂ 그 때서야 최형이 가만히 안둔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어.

ㅋㅋㅋㅋㅋ ㅅㅂ 백만원에다가 갖고 있던 50여만 합쳐서 핑크로 다 바꾸면 칩이 300개야 ㅋㅋㅋ

근데 문제가 뭐냐하면 딜러가 칩통안에 가지고 있는 칩의 갯수는 한정적이야

최형이 한 행동이 상도덕은 없는 행위지만 규칙에 어긋나는 건 아니거든..

 

마치 리쌍이 세입자에게 한 행동이 법에는 어긋나지는 않지만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는 것처럼 말야.

그리고 게임이 중간중간에 핑크색을 다시 10만원짜리로 체인지 하고 ㅋㅋㅋ 그러면 딜러한테 핑크색이 남아돌겠지? 그러면 넣을곳이 없으니까 또 칩통 열고 정리하고 몇판 지나고 또 십만원짜리를 핑크색으로 올체인지 하는 무한 루프,,,,,

아주매미들은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아까 주둥이 사건으로 인해 아무얘기도 하지 못했지.

어찌되었든 최형의 만행에 아주매미들은 다 떠나가고 좀 얌전한 사람들로 물갈이 되었지

 

새벽시간까지 게임을 같이 한 최형과 나는 종종 담배를 피며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

최형은 70년생으로 나이가 44살정도였어.

 

나 : "보드 좋아하세요?"

최형 : "아니 보드 탈줄 모르는데?"

나 : "저번에도 보니까 보드복 입고 계시던데요?"

최형 : 아 이거? 이 동네 너무 추워서 이거 입고 다니는거야.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난 언제나처럼 강원랜드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던지는 최종 질문을 했어.

"최형 당신이 최종의 꿈은 무엇입니까?" 는 강호동이가 게스트한테 묻는 질문이고.

난 최형에게 이 질문을 또 했지.

"강원랜드는 언제부터 다니셨어요?"

내가 이 질문을 한 50명정도한테는 해 봤는데 항상 그들은 이 질문을 받으면 고개를 위로 향하며 뭔가 회상하는 듯한 표정에 잠기곤해.

 

최형 : 한 7년? 8년? 그정도 됐나? 그때부터 빠졌지.

그 뒤로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자신에게 그것을 물어본 것에 대해 고마운듯이

혼자 얘기를 해 주더라고.

 

원래 강원랜드 가는 길에 예전에는 안 좋았었나봐. 근데 38번 국도가 생기면서 거의 자동차 전용도로급의 길이 만들어진거지.최형은 38번 국도 공사현장에 목재를 납품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는데, 한번 목재를 가지고 그 공사현장에 출장을 오면 2-3주 정도는 회사나 집에서 너무 멀어서 그 근처 모텔방에 머무르면서 일을 해야 했다고 하더라.

 

근데 현장이 5시면 끝나고 이놈의 동네는 밤도 금방 찾아오고 밤에 술마시고 놀 곳도 없고 불이 반짝이는 곳이라고는

강원랜드 주변에 술집하고 모텔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다보니 강원랜드를 접하게 되었다고 그러더라.

강원랜드 오기전까지는 도박은 심지어 고스톱도 쳐본적이 없는데 강원랜드 와서 돈맛 몇번 보고는 빠져버린거지.

 

지금은 회사 그만두고(묻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강원랜드 때문이라고 추측이 된다) 작은 인테리어 회사 한다고 하면서 스마트 폰으로 블로그 보여주고 그러더라.

대충 봤는데 완전 막장으로 사는 강원랜드 상주인은 아닌 것 같아.

 

일있으면 일하러 가고 일 없는 시기는 강원랜드 와서 논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딸이 둘 있는데 3년전부터 별거해서 부인이 기르고 있다고 하더라.

별거라고는 말했지만 이혼인 듯 해.

회사그만두고 자영업하면서 일없는 날에는 병적으로 랜드로 달려가는 모습이 부인의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들었을거야.

최형이 실내 인테리어 할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그러길래, 그럼 명함 하나 주세요 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명함은 없는데 뭐하러 그런 걸 받아. 여기 오면 11핏에서 항상 만날텐데 허허"

그러더라고...

 

쿨가이 최형.

최형은 그 이후로도 가끔 강원랜드에서 만나서 게임도 같이 하고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완전 상주인이 된 건 아닌 것 같아.

아무튼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7개월 쯤 랜드 갈때마다 랜드에서 최형과 만나서 좀 친해졌는데 자기 콤프(배팅액에 비례해서 적립해주는 것. 사북이나 정선시내에서는 현금처럼 쓸수 있다.) 많이 쌓였다고 저녁에 사북 내려가서 콤프로 등심이나 먹자고 하길래 차 타고 같이 내려갔는데 그때 보니까 차도 K9 타고 다니더라고.

 

나 : "차 좋네요? 형님?"

최형 : "그래? 좋으면 뭐해? 몇년 있다가 어차피 전당사에 잡힐건데 ㅋㅋㅋ 너도 조심해 ㅋㅋ"

 

나도 울고 최형도 울고 K9도 부릉부릉 울었다. ㅋㅋ

 

다음 인물편은 시간나는데로 올려드리께요

 

 

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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