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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를 작성하던 림붕이는 깨달았다

아. 내가 폭식 특성이 있구나.

 

내가 식탐이 극심한 건 알고 있었다

사실 친가쪽이 전부 후천성 당뇨병에 걸린 비만인이기에 나도 그 피가 어디 안 갔는지 나도 183/123이다

근데 시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식비에 월급의 50%를 쳐박는 돼지새기가 바로 나였다ㅋㅋ ㅅㅂ

슬슬 카드 할부금이고 뭐고 ㅈ빡세서 돈을 아껴야만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갈듯 했으니

그런데 대가리를 싸매도 명확한 답이 안 나왔다

 

아니. 밥 김 김치 이렇게 먹으면 되는데 왜 답이 안 나오지? 싶겠지만 나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자살충동이 든다

아마 -40쯤 우울해지지 않을까

안다, 나는 답도 없는 돼지새끼다

 

고민과 고민 끝에 돼지 후지살로 해결할까 싶었지만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지방을 먹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그냥 다 때려치고 일단 림월드나 켰다

 

그렇게 멍하니 애들 조작하는데 부족민 상단이 오더니 식탁서 페미컨을 먹고 가더라

아까 검색했던 돼지 후지살과 페미컨, 무료인 소/돼지 지방이 머릿속에서 딱 조합이 되더니 답이 나왔다

아, 페미컨이면 된다

 

OKAY ITS POSSIBLE

 

마침 조울증 환자인 나는 조증시기(역대급 조증)을 겪고 있었고 이 추진력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저울, 건조기, 믹서기를 주문하고 날이 밝자마자 정육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다

밑에 있는 사진이 그것이다

 

 

준비물이 필요했다

모든 음식이 준비물이 필요하니 당연한 거지만 페미컨의 경우 쉽지 않았다

돼지 후지 2.5kg까지는 쉬웠다. 1만 4천원만 내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소 지방이 진짜 구하기 어려웠다....돼지 비계는 몰라도 소 비계 찾는 인간은 거의 없었으니까

마침 버리려던 걸 운이 좋아 겨우 얻어왔다

크랜베리는 고증 상 들어간다 하길래 넣어봤다

 

재료비는 총 2만원이다

 

이제 고기를 잘게 썰면 된다

 

 

 

 

냉동 후지의 피를 빼는 데에 하루, 말리기 위해 건조기 모든 트레이를 돌리는데 2일이 걸렸다

건조기를 처음 사용해봐서 위쪽의 트레이는 아래에 비해서 잘 안 마른다는 사실을 몰랐기도 했고, 2.5 키로그램은 생각보다 존나 많았다ㅋㅋ 그래서 두 타임에 나눠서 말렸다

 

이게 육포같은 식감으로 말리는 게 아니라 힘 주면 두 조각으로 부러질 만큼 말려야 하니 진짜 존나게 오래 걸린다

일단 숙련도가 쌓이고 나서 깨달았다 70도 14시간이 적당하니 따라할 사람은 그렇게 하자

7시간 돌리다가 이제 다시 위아래 바꿔서 7시간 돌리면 된다

 

그리고 건조기를 돌리는 동안 할 일이 있다

 

 

소 지방을 녹여야 한다. 

진짜 양이 존나 많아 보여 넘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액체로 바꿔도 큰 차이는 없다

약불에 살살 녹여주자

 

 

 

그 크던 지방이 이렇게 변하고

 

 

기름은 이 정도 나온다

기름을 빼면서 부산물이 나오니 국자와 체로 한 번씩 거르면 된다

이거 냄새 심하니까 랩으로 봉인하든 소주병에 넣든 일단 밀봉하자...

 

 

 

한 트레이의 육포가 완성되었을 때의 사진

 

 

뚱뚱한 손은 그러려니 하자

돼지새끼 손이 다 그렇다

여튼 미리 이걸 갈아봤는데, 갈고 나서 깨달은 건 이거 잘게 썰지 않으면 잘 안갈린다

존나 길어서 답이 없더라ㅋㅋ

 

그리고 한번 실험작으로 살짝 만들어봤는데

 

 

존나 망했다

ㅇㅊ 존나 망했다

 

맛있긴 하다

압축된 고기의 농밀함과 그에 따라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걸 크랜베리가 마치 김치처럼 그 신 맛이 느끼함을 확 잡아주는 훌륭한 맛인데

기름을 존나 쳐넣었다ㅋㅋ 그래서 다음에는 참고할 수가 있었다

저건 먹지 않고 냉동고 음쓰봉 안에 쳐박아넣었다

 

 

 

결국 일일히 가위로 다 자르고 찍은 사진이다

2시간 걸렸다

ㅆㅂ 존나 힘들었다

 

말린 후지살의 총 양은 500그램이었다

시작할 때 계산했던 것 처럼 무게는 약 1/5가 되었다(물론 실패한 건 제하고 500그램이니 사실 500그램보단 더 나오는 편이었다.)

이제 이걸 갈아보았다

 

 

아니, 갈았는데 왜 무게가 늘었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거다

사실 그냥 갈고 있는데 마나님께 훈수를 들었다

아니, 마른 재료는 물 넣고 갈아야지 님 뭐함?

그래서 고런갑다 하고 소 기름 넣고 돌렸는데 그냥 마른 거 그대로 가는 편이 낫더라

남이 뭐라든 무시하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여튼 그래서 무게가 더 늘었다ㅋㅋ

 

 

 

이제 이걸 반죽할 만한 곳에 쳐박고

 

 

크랜베리를 다 때려넣어 준 다음에 소 기름과 함께 반죽하면 된다

 

 

 

 

결과물이 이거다

 

맛은 어떠냐고?

ㅋㅋ 존나 맛있다

지금껏 한 요리 중 손가락에 꼽힐 만큼 맛있는 것 같다

이게 맛있는 식사로 처리되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기름을 적당량을 넣으면 크랜베리가 씹하드캐리한다

고기 요리인 주제에 크랜베리가 이렇게 열일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ㅋㅋ 곁들이일 줄 알았는데

식감은....노약자라면 이거 먹지 말자, 이빨 쪼개진다

 

여튼 저 양이 대략 18끼 정도 된다 림월드에서 페미컨이 저장효율이 더 좋아야 말이 된다 싶더라

고밀도로 압축한 고기와 말린 과일, 그리고 지방이 들어가니 저렇게 적은 양도 18끼 분량이 되는 거다

2만원으로 18끼니 개이득이긴 한데....만들기 진짜 존나 힘들다 그건 염두해두자

 

이제 싹 다 마르면 소분할 생각이다

나도 3일간 참 고생 많았다 시행착오도 그렇고...

 

아, 만들 거라면 경고 하나 하는데

고기 비린내나 기름 냄새 역하면 시도조차 하지 마라

먹는 것도 싫을 텐데 만드는 것도 존나 싫을 거다ㅋㅋ

 

히히, 여튼 읽어줘서 고마웠다

재밌게들 봤었으면 좋겠고 다음엔 수경재배에 도전해볼까 한다

 

요리 이름이 페미컨이야?

보존식 이름이 페미컨임 림월드(게임)에도 나와서 만드는듯

페미컨이라고도 부르고 원주민 발음으로 피비컨이라고 발음하기도 함. 참고로 저 저장 음식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게 현대의 초콜릿 바.

북미인디언들이 만드는 에너지바야

아메리카 원주민의 식생활 체험하기 선두주자네

그들 나보다 잘 먹고 살았던 거 아닌가 싶음

잘 먹고 살긴 했을걸? 직접 잡아야 된다는 문제가 있지만 잡으면 고기는 원 없이 먹었을 것 아닌가

글킨 하네...확 먹고 남으면 페미컨 만들고 했겠다잉

그때 고기 맛없었음 피빼는 기술도 없고 조미료도 없는데 니가 과거로 가서 인디언고기 먹으면 걍 한입먹고 토함

 

크랜베리 맛있겠다 보니까 설탕절임 크랜베리라서 더 맛있을 수 있었나봐

지방좋아하면 맛있나보네

지방 좋아하면 진짜 눈 돌아갈 만큼 맛있음ㅋㅋ 혈관 막히는 건 별도지만

 

크랜배리가 어케 하드캐리 하는거지 취사병 출신이라 주기적으로나오는 견과류에섞인 크랜배리 존나먹었는데 걍 입심심해서 먹는거지 맛은 없던데

이거 설탕으로 존나 절인거라 존나 단데 존나 셔

 

베이컨잼이라고 저거랑 비슷한데 더 맛있는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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