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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나와 같은 증상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상관 없으니 혹시 이 글을 보고 궁금한게 생긴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괘념치 말고 연락을 해도 좋다.

 

 

2022.02.06 일 ~ 2022.02.07 월

 

2022년 2월 6일 일요일 오전 9시경. 밖에서 하는 공사 소리라고 생각 되는 굉장히 큰 소음을 듣곤 잠에서 깼다. 쇠기둥이 진동하며 생기는 듯한 고주파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고 귀를 막아도 그 소리가 귀 속으로 흘러 들어 왔다. 당장 거실로 나가 공사하고 있는 듯한 방향을 바라 보았으나그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소리의 정체에 대해 부모님께도 무슨 소리인지 여쭤봤으나 부모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답해주셨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내 방으로 들어오던 찰나, 왼쪽 귀엔 어제 끼고 잠들어버린 에어팟이 끼워져 있는지 먹먹한 느낌이 들어 에어팟을 빼려고 손을 귀에댔으나 귀엔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았다.

 

이상했다. 분명 왼쪽 귀엔 아무것도 끼워진게 없는데 귀는 너무 먹먹 했다.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다시금 귀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그리곤 그 이질감이 무었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귀에 손을 가져다 대봐도, 손가락을 귓구멍에 넣어봐도, 심지어 귀에 대고 박수를 쳐봐도 왼쪽 귀에선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계속 되는 그 진동 소리는 분명 왼쪽 귀에서 들리는게 분명한데 왼쪽 귀에선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다니. 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엄마, 나 왼쪽 귀 소리가 안 들려"

 

허나 부모님은 간혹 그럴 때가 있으니 밥을 먹은 후 휴식을 좀 취하라고 하셨다. 허나 그 말씀에도 여전히 불안했던 나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본 결과‘돌발성 난청’이라는 병과 나의 증상이 가장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돌발성 난청; 특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으나 어느 순간 갑자기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증상으로 보통 청력 검사를 통해 연속된 3개 이상의 주파수에서 30데시벨 이상의 청력 손실이 3일 내에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 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갑자기 평소에 비해 소리가 안 들리는 증상을 말하는것이다.

 

곧바로 근처 이비인후과를 검색 하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 열린 병원이 있을까 걱정 했으나 다행히 '엔탑이비인후과' 가 열려 있었고, 이 병원은 광주에서 이비인후과로 굉장히 유명하다고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일요일이였음에도 대기자는 10명을 넘었고 20여분을 대기 한 끝에 의사 선생님과 면담 할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냐는 질문에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귀가 안 들린다 라고 답하였더니 고막 상태를 보시고 고막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시며 우선은 돌발성 난청이 의심된다 라고 하셨다. 허나 지금은 일요일. 정밀 검사는 불가능 하였기에 하루치 약을 준비 해줄테니 내일 오전에 꼭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하셨다. 회복 가능성에 대해 여쭤 봤더니 3명중 1명은 다시 자기 청력을 찾을 수 있고 나머지 1명은 보청기를 껴야하는 수준으로 청력을 찾으며, 최후의 1명은 청력을 영원히 잃을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도 발병 된게 굉장히 최근이며 병원에 빨리 왔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는 대답을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병원 밖을 나섰다. 하필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점에 바로 검사를 받지 못하고 진료를 보지 못하는 점이 굉장히 불안했으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꽤나 많은 안심이 되었다.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았고 나오며 한 친구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굉장히 놀라며 친구 어머니도 똑같은 증상이 있다고 하였다. 3차 백신을맞은지 2~3주 정도 돼셨는데 갑자기 한 쪽 귀가 잘 안들린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내가 3차 백신을 맞은 1월 17일 기준 오늘이 거의 3주차라는것을 알게 됐고 이 사건이 백신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난청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본 글들의 당사자들은 모두 백신을 맞은지 2주에서 한달 정도 된 사람들이였다. 약 1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이자 18명 모더니40여명 정도가 난청을 겪었다라는 글을 보곤 1/70도 안되는 확률이 내 인생에 나타난건가 생각이 들어 허탈함과 형용할 수 없는 더러운 기분, 뭐하자고 백신을 왜 맞은거지 하는 후회만이 나를 감쌌다. 물론 원인이 백신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평소 굉장히 소리에 민감했고 귀에 아무 이상 없던 내가 갑자기 이런 증상을 겪고 있고 실제로 인터넷에도 그러한 사람이 많으니 백신이 원인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9시 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무렵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나 돌발성 난청 걸렸다 라고 말을 했더니굉장히 놀라며 자기 친구도 몇 주 전에 걸렸었다고 말하며 그 친구에게 물어봐 주겠다 하여 알겠다고 하며 답을 기다렸다. 친구의 친구 왈 지금 당장응급실로 가서 귀에 느껴지는 압을 줄여주는 주사를 받아라, 안 그러면 청력 돌아오기 힘들어진다고 하였다. 사실 시간이 흐르며 귀에서 느껴지는압력과 소음이 굉장히 커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으나 타지에 있어 지금 가도 10시 30분에 도착할 것 같다 하여 기다려주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 내 귀는 자칫 잘못하며 청력을 아예 잃을 수 있는 상황에 1시간 30분간의 매장수익을 위해 여기 붙들려 있어야 하다니.. 아무튼 불안했던 1시간 30분이 지나고 곧바로 전남대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로 향하던 중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괜찮기만 하던 오른쪽 귀에서 왼쪽에서와 같이 이명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듣고 더욱 불안해져 속도를 올렸다.

 

입장 절차를 받기 위해 카운터에 앉으신 분과 이야기를 하는데 말씀 하시는 소리가 너무 작아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분명 들렸을 거리, 목소리 크기 였음에도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멀쩡한 오른쪽 귀를 앞으로 하기위해 고개를 돌려 들어가며겨우겨우 접수를 마쳤다.

 

응급실에 들어가 차례를 기다릴 때 시간이 11시 30여분. 곧 담당 선생님께서 "응급실이기 때문에 검사가 불가하다. 그리고 응급실 비용을 지불하며별거 아닌 처방을 해드리는 것 보다 내일 다시 오셔서 그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분에게 있어 더 좋을 것 같다" 라고 하셨다. 지금 당장내 청력이 너무 걱정 됐던 난 "혹시 지금 못하고 내일 오전에 하면 그 사이 제 청력이 더 떨어지진 않을까요?" 라고 질문 했고 선생님께서는 "발병 된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고 그래서 내일 오전 몇시간 정도는 상관 없을 것이다" 라고 답해 주셨다. "혹시 오늘 오전에 다른 병원은 안 가셨냐" 라는질문에 엔탑을 다녀 왔다 라고 했더니 "그럼 내일 저희 병원을 찾아주셔도 되고 엔탑으로 가셔도 될 것 같다. 혹여나 엔탑에서 더 큰 병원으로 가봐라 하실 때 저희를 찾아주셔도 늦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여 알겠다 한 후 병원을 빠져 나왔다.

 

안정을 취하고 잠을 푹 자라고 하셨으나 불안한 기분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5시정도까지 몸을 뒤척이다 겨우 잠에 들었고 8시에 일어나 입원을예상하고 짐을 싸 엔탑으로 출발 하였더니 10시 정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여전히 대기자가 많았으나 어제 와 상담을 먼저 해서 바로 검사실로 갈수 있었다.

 

검사실에선 청력 검사, 심전도 검사, 피 검사, 소변 검사를 하였다. 심전도, 피, 소변 검사는 과거에도 해봤기에 쉬이 할 수 있었으나 청력 검사는 처음이기도 했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굉장히 긴장 되었다.

 

총 세가지에 걸쳐 검사를 하였는데 1. 소리가 나면 스위치를 누르는 검사 + 단어가 들리면 그 단어를 따라해보는 검사. 2. 소리를 들려 주었을 때 달팽이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검사. 3.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소리 전달 물질이 어떻게 반응 하는지를 보는 검사(부정확 할 수 있음). 이렇게총 세가지를 했다. 2번과 3번 검사는 이어폰을 끼고 가만히만 있어도 됐기에 별 문제 없이 진행 했으나 첫번째 검사는 나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야하는 검사였기에 긴장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모든 검사를 진행하며 오른쪽은 별 문제 없이 모든 소리가 잘 들렸다. 첫번째 검사에서 삐- 소리가 나면 스위치를 누르는 검사를 하였는데 왼쪽에선도통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오른쪽을 할 때와 같은 패턴이라면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버튼을 눌렀어야 할텐데 버튼 한번 한번을 누르기 까지 정말긴 공백이 존재했다. 그리고 단어가 들리면 그 단어를 따라 말하는 검사를 할 때도 오른쪽은 문제 없이 진행 된 반면, 왼쪽에선 사람이 말을 한다 라고 생각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 형태가 아닌 그저 고주파 소리, 삐-삐- 소리로만 들려 검사 내내 단어를 따라 말 할 수 없었다. 분명 담당자분께서 뭐라뭐라 말씀을 하시는데 삐—- 이런식의 소리로만 들리니 그 순간 굉장히 두려워졌다.

 

두번째 세번째 검사는 앞서 말한대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으나 분명 오른쪽과 왼쪽에서 같은 소리가 들리고 있을텐데 검사를마치는 그 순간까지도 왼쪽에선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어제 잠깐 느꼈던 그 안도의 생각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굉장한 두려움과 깊은 우울감만이 나를 지배했다.

 

검사를 마치고 다시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결과는 선생님께서 예상 했던 것 보다 훨씬 안 좋은 결과였나 보다. 30데시벨 이상의 청력 손실이 있는순간부터 돌발성 난청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내 왼쪽 귀는 오른쪽 귀 대비 90데시벨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90데시벨. 지하철 소음 혹은 기계가 작동하는 공장 내 소음 정도 수준이다. 그 이하의 소리는 내가 감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도로에서의소음이 70데시벨 정도이고, 소리로 느끼는 고통의 수준이 120데시벨 정도라 하던데 난 거의 고통을 느끼는 수준의 소리가 아니면 감지를 못한다는의 미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20대로 젊고, 평소 건강 관리를 하며 별 다른 병을 갖고 있지 않은 채 건강히 살아 왔고, 발생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생각이 들지만 난청의 수준이 심각하여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하셨다. 일요일날 난청에 대해 이거저거 검색 해 본 결과 난청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가지가 '난청 발생 후 진료를 시작하기 까지의 시간', '어지럼증의 유무' 그리고 나머지 한가지가바로 '초기 난청의 정도'였다. 만약 30데시벨 이라는 같은 정도의 향상이 있더라도 평소대비 30데시벨 떨어진 사람은 다시 평소로 돌아가지만 나같은 경우는 60데시벨 수준으로 가게 되어 보청기를 껴야할 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발생 인원 중 2/3가 청력을 회복하고 그 회복한 사람 중 1/2은 다시 처음과 같은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지만 나같이 초기 증세가 심한 사람이다시 정상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는 그 순간에도 귀에선 여전히 이명소리가 심하게 들리고 있었다.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는게 나을 것 같다 하여 코로나 검사를 먼저 시행 한 후 결과 대기까지 입원 수속을 밟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병원 대기자 줄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람들을 보니 '이 사람들은 다 잘 들리겠지' 라는 생각이 내 우울감을 더욱 고취시켰다.

 

입원을 하고 주의 사항을 들으며 앞으로 진료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 될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약이 꽤나 많은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내가 정말 굉장히 심각한 병을 앓고 있구나를 두 눈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먹은 약의 개수는 12개. 저녁을 먹은 후엔 10개. 2주간 하루 총 세번에 걸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약을 먹어야 하며 자기 전에 추가로 약을 한번 더 먹어 하루에 먹어야 할 약의 개수는 대충30~40여 알. 아침 저녁으로 하루 총 2회 주사와 수액을 맞을 예정이며, 하루 2번 혹은 3번 진료 및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밥을 다 먹고 약을 먹는데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병이 발발한지 겨우 이틀만에 내가 살아온 모든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치료 과정중 가장 중요한 점이 긍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누군가 또 다른 발병자가 나왔을 때 불안함 속에서 치료 과정이나 예후가 어떨지 찾아 보지 않을까 하여 매일 매일 글을 써나가보기로생각했다.

 

내가 그 특별한 1/3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앞으로 치료에 전념하도록 해야겠다.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상관 없으니 혹시 이 글을 보고 궁금한게 생긴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괘념치 말고 연락을 해도 좋다.

 

 

2022.02.07 월요일 현재 상황

왼쪽 귀

1)외부 소리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으나 가끔 몇몇 소리가 고주파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소리의 정체를 파악 할 수는 없다. 그저 고주파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2) 이명이 굉장히 심하다.

3)귀속에서 뭔가 팽창되는 압력이 느껴진다.

 

 

2022. 02. 08. 화요일

어제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잠에 들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그걸 떠나서 이거저거 검색해 보며 시간을보냈기에 오늘 밤은 핸드폰을 꺼놓고 숙면에 취해보도록 하려 한다.

새벽 5시. 첫번째 주사를 맞기 위해 간호사 선생님께서 불을 켜시며 들어오셨다. 자다 깬 나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주사를 맞으며 "오전에 샤워가 하고 싶은데 혹시 바늘 잠시 빼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물었고 "이 주사 다 들어가고 아침 먹을 때 쯤 빼주고 다시 점심 때 끼워드릴게요" 라고 답해주셨다. 방이 굉장히 추울 줄 알고 내복도 준비 해 왔던 나였는데 상상 이상으로 훈훈했던 방 온도 탓에 등이 땀으로 젖어 온도를 조금만 낮춰주실 수 있냐는 요청을 끝으로 다시금 잠에 들었다.

 

7시 30분. 아침 식사를 먹고 있을 때 약속 해주셨던 대로 링거를 뽑아주시러 오셨다. 그런데 사실 링거 바늘은 그대로 두고 호스만 빼둔 채 테이핑하여 덮어두는 형식이였기에 샤워를 할 때 바늘이 있는 쪽 손에 최대한 물이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일러 주셨다. 밥을 다 먹고 같은 방에 계신 아버님께 "저 오늘은 샤워를 해야할 것 같아서 먼저 씻으시면 제가 다음으로 들어갈게요" 라고 말을 한 뒤 아버님이 먼저 들어가실 때 아침 식사후 먹어야 할 약 12알을 입에 털어 넣어 삼킨 뒤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땀에 절은 내 몸을 세신 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왼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최대한 물이 묻지 않게 노력하며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몸을 닦고 세안을 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손에 물이 묻는걸 막을 수 없었기에 중간중간 수건에 테이프에 묻은 물기를 닦아가며 최대한 젖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다음엔 비닐봉투를 씌운 채 샤워를 해야하나 생각이 드는 순간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친 후 머리를 말리고 새로운 환자복을 입으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머리를 말리려 헤어 드라이기를 켜려는 순간, 어제와는 사뭇 달라진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왼쪽 귀에서 들려오는 이명 소리의 크기가 약 1.5배 정도 커진 듯 했기 때문이다. '혹시 이명 소리가 커진 이유가 다른 소리를 좀 더 받아 들일 수 있다는 뜻일까...?' 라는 혼자만의 망상으로 드라이기를 켜봤을 때 내 귀속에 있는 찢어진 스피커가 전보다 좀더 활발하게 반응 하기 시작했고 이명 자체가 심해지며 소리가 삐-소리로 들리는 현상 역시 심해짐을 알게 됐다. 기분이 다운 되는 순간이였고 허탈함을 가진 채 귓구멍 안에 들어간 물기를 흡수하기 위해 수건으로 톡톡톡 건드리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톡톡톡'

정말 너무나 작은 소리였기에 집중하지 않고 듣지 않으면 못 들을 정도의 크기였지만 분명히 들렸다. 숨 쉬는 것을 잠시 멈춘 채 이번엔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살짝 긁어보았다.

 

'사각사각'

소리가 들리는 것이 명백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귀에 손을 넣고 긁어 보아도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 아주 작고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 였지만 분명히 소리가 들린 것이다. 믿을 수 없어서 다시금 해보아도 분명히 들렸다. 입에서 웃음이 나오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 희망이 보이는걸까?

 

그렇게 기쁜 마음을 가지고 대략 9시 30분까지 조금이나마 내게 유의미한 정보들이 있을까 찾아보는 행위를 반복, 오전 진료를 위해 내려 가라는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1층 로비로 내려가 내 담당 원장님 문 앞에서 내 차례가 올 때 까지 기다렸다.

 

약 5분여간의 기다림 후 입장. 어제와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조금은 슬픈 마음으로

'이명이 어제보다 좀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엔 기쁨이 섞인 마음으로

'그리고 어제는 귀에 손가락을 넣고 긁어봐도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오늘은 정말 작긴 한데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라고 말씀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하루하루 검사 하기는 텀이 너무 짧으니 그럼 내일 한 번 다시 청력 검사를 해보자고 말씀 하셨고 잠은 충분히 잤냐고 물어보셨을 때 그렇지 못했다고 답을 하니 숙면과 컨디션 조절이 정말 중요하니 힘들더라도 긍정적인 생각과 컨디션 유지를 위해 노력해보라고말씀해 주시며,

'오늘 밤도 혹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하시면, 내일 말해주시면 잠들기 전에 먹는 약(디아제팜정;수면제) 양을 조금 올려드릴게요'

라고 말씀 해주셨다. 그러시며 고막을 다시금 확인 하시고 괜찮은 것을 본 뒤 어제 했던 피검사에 대한 결과를 고지해 주셨다.

 

"모든 수치가 정상이에요 딱 하나 비타민D만 빼구요. 보통 비타민D 수치가 50이상을 유지하고 정말 부족해도 30정도인데 현재 환자분은 10이라는 수치를 가지고 계셔요. 나가시지 전에 비타민 주사 한 번 맞고 가실게요. 이 주사는 의료용 처방을 내려드릴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음.. 그리고혹시 필요한 것이나 더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셔요"

 

백신 이상 반응 신고; 외래에 가기 전 핸드폰으로 이거 저거 찾아 보던 중 발견 하였는데 백신을 맞은 후 이상 반응이라고 의심 되는 사례를 담당의또는 환자 본인이 신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모두가 인정 받는 것은 아니며 또 신고를 담당의에게 부탁 하였을 때 내가 봤던글 속의 모든 의사들은 절대 백신 이상 반응이 아니니 신고 하지 않겠다고 하는 글들만 봤기에 반신 반의 하는 마음으로 외래가 되면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 해놓았던 것이다.

 

"혹시 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신고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신고 하실 때 필요한 서류 말씀 하시면 다 준비해주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대답을 듣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들었다. 내가 봤던 글들 속 모든 의사들이 반대를 했기에 사실 된다 안된다를 1:9 정도로 생각 중이였는데 이렇게 바로 해주시겠다고 하시니 이 선생님께 내 치료를 맡기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곧바로 다른 말씀을 덧붙이셨는데,

 

"지금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백신을 맞고 돌아가신 분들도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국가에선 이런 사망 사건들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구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귀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국가가 백신 부작용을 인정 하리라고 생각 되진 않아요...."

 

"인터넷에 백신을 맞은 후 난청이 생긴 글들을 찾아 보았는데 대부분이 백신을 맞은 후 2주~한달 사이에 난청이 생겼다고 들었긴 한데... 인정이 어렵겠죠...?"

 

"음.. 환자분은 백신을 맞고 발병 하기까지 얼마나 걸리셨죠?"

 

"3차 백신 화이자를 1월 17일날 맞았고, 3주 되기 하루 전이였어요."

 

"대부분이 그렇게 발병하였다고 해도 그 시간 속에 있을 다른 사건들이 난청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렵고... 저는 아직 환자분이 말씀하신것과 같은 선례를 들어본 적은 없어요. 국가는 절대 인정을 안 할 거고.. 국가가 인정을 하는 순간, 그건 백신 공유 국가와 국가간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국가간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 절대 인정 하지 않을거에요. 저는 힘들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환자 분이 원하시니 필요하신 자료가있으시다면 뭐든 말해주시면 제가 다 챙겨드릴게요"

 

비록 어려울 일이고 실패 할 가능성이 농후한 일이라는 것들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말이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분이 원하시니 최대한 도와주신다고 하시는 모습에 크나 큰 위안과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다시금 이 자릴 빌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원장님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상승 돼버린 유대감과 믿음을 가지며 원장실을 나와 내 병실로 들어왔고 24시간 온종일 끼고 있어야 하는 답답한 링거 호스를 잠시나마 풀어둔 해방감을 자연에서 온전히 느끼고 싶었기에 산책을 좀 해보기로 결심했다.

 

산책을 하기 위한 공간은 딱히 없었기에 주차장을 돌기로 결심 했다. 높은 건물 탓에 태양 빛이 드리우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대략 20 걸음 정도의 길이를 태양빛이 비추고 있는 공간이 있어 그 자리를 하염없이 맴돌았다.

 

주차장이였기에 당연히 차가 굉장히 많았다. 15분 쯤 지났을까. 내 오른쪽에 있는 4대의 차량 중 한 차량이 원격으로 조종 되어 시동이 걸리는 순간이 있었다. 분명 소리가 나고 그 4대의 차량 중 하나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차인지 소리만 듣고는 전혀 알아 차릴 수 없었다.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으며 공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것이 불가능 하였다. 비슷한 예로 어제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내 옆자리에 있던 차와 통행길너머에 있던 차 중 한 대가 분명히 시동이 켜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중 어느 차량인지 난 전혀 구분 할 수 없었다. 우울한 현실을 다시금 마주하며방으로 복귀했다.

 

12시 30분 점심을 먹으며 옆자리 아버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버님께서는 어느 날 기도가 답답하여 출근 하기 전 주사나맞자 하는 심정으로 왔으나 자칫 잘못하여 그 날 상태를 무시하여 출근을 했다면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정도의 위험한 상황이였고 검사 직후 바로 입원을 하시게 된 케이스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꺼내니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해주시며 걱정 해주셨는데 대화를 하며 느끼기엔 아마도 나와 비슷한 자녀분들을 슬하에 두고 계신 것 같았다. 아버님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중인 상태라고 하셨으나 그럼에도여전히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하시며 허허허 웃으셨다. 나도 나지만 아버님 또한 쾌차하시며 이 방을 나가시면 좋겠다.

 

그렇게 밥을 먹던 도중 다시 주사를 맞기 위한 링거 호스가 연결 되었다. 비록 몇시간 이였지만 두 손을 사용 한다는 것에 대한 자유로움과 링거 호스의 불편함을 느끼기엔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였다.

 

이야기 꽃이 피워지며 늦어지는 점심을 다 먹고 9알의 약을 삼키니 시간은 어느덧 두시 언저리. 양치를 하고 자리에 앉으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왔다.

 

"여보세요"

 

"어 글쓴아, 몸은 좀 어때"

 

"혹시 ㅁㅁ이야?"

 

"아니 나 ㅇㅇ이. 어제 늦게 인스타 글 보고 자고 있을까봐 연락 못하고 지금 한다. 뭐 다른데 아픈데는 없고?"

 

"아 미안.. 번호가 왜 없지? 번호를 중간에 바꿨나보네? 응 뭐 다른건 없구 그냥 귀만 안 들리네.."

 

"좀 이따 면회 한 번 갈건데 혹시 시간 돼?"

 

ㅇㅇ이는 고등학교 친구로 개인적인 연락은 거즘 2년만이었다. 그럼에도 굉장히 어색함이 없는 이유는 학교에 다닐 때 부터 굉장히 친했고 성인이되어서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씩 다른 친구들과 함께 모여 밥을 먹거나 같이 놀며 친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와주면 너무 고맙지. 도착하기 전에 연락 주라. 내가 내려갈게"

 

그렇게 첫 병문안을 받게 되었다.

 

친구가 도착 하기 전 1층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김동명의 '비의 랩소디' 라는 노래를 스피커폰 볼륨 두칸으로 틀어보았다. 귀가 이상해 지기 일주일 전 쯤 갑자기 이 노래에 꽂혀 하루 웬종일 이 노래만을 들었기 때문에 가장 최근 재생 목록에 떠있었다.

 

오른쪽 귀로 전주가 나오는 것을 확인 한 뒤 왼쪽 귀에 가져다 대 보았다. 어라...? 전주의 멜로디가 왼쪽 귀를 통해 작게나마 들렸다. 이 행위는 불과이틀 전 일요일에 처음으로 병원에 방문 했을 때 내 차례를 기다리며 해봤던 행위였기 때문에 그 차이가 분명히 느껴졌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이틀 전과 달리 분명 전주의 멜로디가 들렸다.(글을 쓰는 지금 다시 해보는데 지금은 또 들리지 않는다..ㅠ.ㅜ) 조금이지만 분명 들리는 이 희망을 느끼는 찰나 친구가 도착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구와 어떻게 사는지, 나의 병은 어떠한지, 지금은 괜찮은지 등등의 이야기를 하며 3시간이라는시간이 마치 쏜살처럼 흘러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컨디션 관리를 잘 해나가라는 친구의 조언을 끝으로 내 첫 병문안은끝이 났다.

 

사실 병문안을 부모님 포함 그 누구도 받고싶지 않았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가까운 사람이 보게 되며 위로를 한다는 의미 자체가 내 스스로 내가 지금 굉장히 위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어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더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함께 공유 했던 과거를 회상 하며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치료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생각에 굉장한 영향력을 주었다. 오늘 친구가 방문 해준 것, 여러 지인들의, 그리고 지인이 아님에도 그저 같은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를 걱정해 주시는 모든 안부 전화 및 문자 카톡 등등. 그모든 것은 나의 하루 중 일부를 웃음으로 채워 갈 수 있게 만들어주며 이 슬픈 상황 속에서도 행복하다라는 감정이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렇게 친구를 보내고 조금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저녁을 먹은 뒤 9알의 약을 털어 넣고 양치와 세수를 마쳤다.

감사한 마음들을 담아 오늘 하루를 녹여내는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이 근처가 본가이신 옆자리 아버님의 사모님께서 고구마를 좀 쪄 왔다 하시어 내게 나누어 주셨다. 단내가 굉장히 많이 나는 맛있는 고구마와 소화가 절로 될 것 같은 동치미 국물. 자꾸 받기만 하는 죄송한 마음이였음에도 아버님은 괜찮다 하시며 내게 베풀어주셨다. 이런 분을 룸메이트로 만나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고 나는 운이 좋게도 인복이 많은 편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곧바로 잠에 청할 예정이다. 오늘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하였고 그 희망이 현실이라는 결실을 맺어주게 되어 이 병실을 나갈 때 즈음, 다시금 웃을 수 있는 나를 바라보고싶다.

 

 

2022. 02. 08. 화요일

현재 상황

1) 아주 작지만 귀 안쪽을 긁어 볼 때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컨디션에 따라 멜로디 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다.

2) 이명 소리가 전보다 1.5배 정도 커짐.

3) 귀압은 많이 사라진 듯 하다.

4) 아주 작은 희망이 보였다.

 

P.S. 혹시나 백신을 맞으려고 계획 중인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그랬으나, 별일 있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맞으라니 그냥 맞자’ 하는 생각을한번쯤은 고민해 보면 좋겠다. 물론 2차까지는 사회 생활을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했을 상황이였겠지만 3차를 계획중인 사람이 있다면 굳이맞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면 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부스터샷을 맞기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맞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추가 백신을 맞지 않을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96__05_30/

 

 

요약

1. 치료의 희망이 보임

2. 현 사태에 대해 너무나도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정부에 대해 불신이 깊어짐.

 

======전문=====

 

훗날 나와 같은 증상으로 불안감 속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상관 없으니 혹시 이 글을 보고 궁금한게 생긴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괘념치 말고 연락을 해도 좋다.

 

2022. 02. 09. 수요일

 

자면서 딸꾹질이 시작 됐나 보더라. 딸꾹질 하는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깬지 어언 30여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숨을 참기도 해보고 배를 때려보기도 해보고 있던 차,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침 주사를 놔주시러 들어오셨다. 주사 액이 들어오는 느낌이 혈관을 타고 그대로 전해 지는 것 처럼 지금까지 맞았던 주사 중 가장 통증이 심했다. 그러시고는 혼자 웩웩대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딸꾹질이 심하시냐 물어보시고는 곧바로 설압자(혀를 누르는 막대)를 가져다 주셨다.

 

"혀 안 쪽 깊숙한 곳을 조금 강하게 누르고 계셔 보세요. 그래도 안 되면 딸꾹질이 나올 때 헛구역질을 할 수 있게 살짝 안으로 넣어보시구요"

 

선생님께서 나가신 후 혼자 혀뿌리를 설압자로 강하게 누른 채 딸꾹질이 나오는 순간 목젖을 살살 건드려 헛구역질을 성공 했다. 됐나..? 하는 생각이 들고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딸꾹질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며 했던 모든 방법들을 한번에 비웃어주는 정말 혁신적인 방법이였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가는구나.

 

주사를 다 맞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략 30여분? 그렇게 7시를 조금 넘었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다시 들어오셔서 "거 바늘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지금 바늘 빼고 저녁 먹은 후에 다시 꽂아 드릴게요" 라고 하시며 내 팔에 있던 족쇄를 드디어 제거해 주셨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오늘 할 수 있는 샤워, 산책 등등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고 그렇게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끝마친 후 또 다시 12알의 약을 먹고 옆자리 아버님과 이런 저런 담소를 잠깐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가벼운 양팔을 느끼며 기분좋게 샤워를 하려던 찰나 청력 검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8시 40분까지 청력 검사실로 오셔서 검사 받으실게요~"

 

현재 시각은 8시 38분. 들었던 샤워 용품을 내팽게 쳐둔 채 급하게 양치와 물세수를 하고 부랴부랴 검사실로 향했다.

 

첫날 했던 그 검사들 중 첫번째 단계(소리가 날 때 버튼을 누른다 + 담당 선생님이 하시는 단어를 듣고 따라 말한다)만을 하는 검사였다. 일전의 기억으로 오른쪽과 왼쪽의 차이가 얼마나 크고 또 어떻게 들리는지를 대충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기에 왼쪽을 시작하려는 순간 심장박동이 치솟았다. 숨을 참고 심장 박동 소리를 무시하며 왼쪽 귀에 집중한 채 소리가 들리는 순간을 기다렸다.

 

삐- 소리가 들릴 때 잽싸게 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하나는 들리는구나.. 이제 또 다음 버튼까지는 얼마나 많이 기다려야 하나...'

삐-

...?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소리가 다시 귀를 통해 들어왔다. 이게 맞나..? 하는 심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또 다른 소리가 들려 버튼을 눌렀고, 오른쪽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횟수 였지만 이틀 전과 비교 했을 때와는 적어도 2~3배 정도 더 많이 눌린 것 같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첫날 눌린 횟수가 내 기억상 많아야 다섯번 정도 뿐이였지만, 내게는 몇 안 되게 더 많아진 그 버튼을 누르는 매 순간 순간이 기쁨과 울컥함이라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버튼 검사 이후,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는 단어를 듣고 따라 해보는 검사를 시작 했다. 일전에 했던 심사에선 사람이 말을 하고 있지만 도저히 사람이 말을 하고 있다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인 삐- 삐- 같은 고주파 소리만이 들렸단 걸 알고 있었기에, 방금 전 검사 결과가 꽤나 기분이 좋았음에도 자신감을 가져보기엔 너무나 무서운 검사였다.

여전히 오른쪽은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대망의 왼쪽 단어 듣기 차례가 왔다.

 

"ㅊ...ㅑ..ㄱ..."

"..? 챡..?"

"...여....ㄴ..피...."

"연필...?"

"..ㅂㅁ.ㅏ..ㄹ..ㅏㅁ.."

"바..람...?"

 

들렸다. 분명 들렸다. 더 이상 삐- 소리가 아니고 사람이 뭔가를 말하는게 들렸다. 아직 정확히 뭔가를 말하는 지는 자세히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이였지만 이제 더는 고주파 소리가 아닌 적어도 누군가 뭔가를 말하고 있음을 눈치 채게 해 줄 수 있는 소리였다.

 

내게 정확히 어떤 느낌으로 들리는지 설명을 해주자면 ‘ai 여성형 보이스에 단어를 입력한 후 그 출력 사운드를, 굉장히 오래 돼서 모든 소리가 찢어지게 들리는 하이톤 스피커를 통해, 물 속에서 그 스피커를 켠 채 들려주는 것 같은 소리’ 로 들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런 느낌으로 들린다. 모든 주위 소리가 물로써 먹먹한데 굉장히 찢어지는 소리만큼은 기막히게 잘 내는 스피커로 여성형 로봇의 목소리를 틀어주는 소리. 일반적인 성인 여성의(담당자분이 여성이셨다) 목소리라고는 절대 들리지 않지만 그래도 말한다는 것을 인지 할 수 있다는 거에서 나조차도 모르게 지어진 미소가 마스크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끝낸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담당 원장님과의 면담을 하러 갔다.

 

"상당히 많이 좋아지셨네요??? 엊그제 왼쪽 귀는 오른쪽 귀에 비하면 0프로, 사실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수준이였는데 오늘은 00%(자세히 기억이 안나는데 30~50% 사이 정도였던 것 같다)로, 최소 가청 데시벨이 90데시벨에서 68 데시벨까지 떨어졌어요. 지금까진 회복력이 상당히 좋네요. 처음부터 이 정도 성장력이신 분들은 보통 마지막까지도 쑥쑥 잘 회복 하시더라구요. 물론 20데시벨 이하로 떨어져야 일상 생활이 가능하긴 하지만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명 소리가 처음보다 1.5배 이상 더 커져 있었기 때문에 내 귀는 더 나빠진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으로, 난 안될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을 드문드문 했었다. 그런데 20데시벨 그 이상의 청력이 회복 되었다니. 그것도 단 이틀만에. 물론 가청 데시벨이 20데시벨 이하의 수준까지는 도달해야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이 결과는 불안함 속에서 부정적 생각만 갖고 있던 나에게 정말 믿을 수 없을만큼 큰 희망과, 혹시 내가 다시 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문제가 있으시냐는 물음에 수면제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하게 딸꾹질이 엄청 많이 나온다. 라고 말씀 드렸다. 수면제를 다른 것으로 바꿔주시기로 하셨고 내가 먹는 약의 일부 부작용 중 딸꾹질이 자주 나오는 무언가가 있었는지, 앞으로 먹을 약에는 딸꾹질 억제제를 추가해주시기로 하셨다. 살다살다 딸꾹질도 약으로 잡는 세상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오후에 다시 한 번 보자시는 말씀과 함께 원장실에서 나와 호흡기 치료?(특정한 물질이 나오는 마스크 같은 것을 입과 코에 대고 4분간 흡입 하는 치료)를 끝으로 기쁜 마음을 뒤로 한 채 병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새벽에 생각 했었던, 두 팔이 자유로운 이 순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윤락, 산책을 할 생각을 하니 밥을 먹고 있는 이 순간마저 즐거웠다.

이제는 딸꾹질 억제제까지 추가 되어 매 끼마다 먹을 약의 개수는 하나씩 더 늘었다. 10알의 약을 삼킨 후 나만의 산책로 주차장으로 갔다.

 

점심시간이여서 그랬을까 차가 눈에 띄게 많이 빠져있었다. 내가 가는 주차장은 메인 주차장이 아닌 뒤쪽 주차장인데 3대의 차가 빠져있어 8자를 그리며 걷기 좋았다. 어제와 달리 점심엔 이 곳에 햇빛이 굉장히 잘 들어오더랬다. 30분만 걷자고 계획했던 나는 따뜻한 햇살과 양손의 자유로움에 취하여 장장 1시간 30여분을, 그 작은 주차자리 3칸을 하염 없이 걷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틀 전 친한 친구 한 명이 병실에서 심심하지 않냐며 ‘읽고 싶은 책 있으면 말해 가져다줄게’ 라고 했던 오늘이였기에 내 산책의 끝은, 그리고 오늘은 매 시간들은 웃음으로 번져있을 수 있었다.

 

친구가 도착하고 가져온 책을 건네주는 모습을 보니 고마움과 반가움을 담아 친구를 안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오로지 이 책들을 주려고 집에서 한참 떨어진 이 곳을 들려준 친구였으나 이 반가움의 인사가 끝나면 바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현재는 가장 가까이 붙어있지만 그래서 더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였다.

 

떠나는 친구를 바라보며, 친구가 건네준 책을 보며 병실로 올라왔다. 상당히 이상적이였던 검사 결과, 기분 좋은 산책, 거기에 친구와 만나 책도 받은 오늘 하루가 너무나 감사하다고 느끼는 순간, 감히 병치레 중에 그런 생각을 하냐는 식으로 또 다른 불안함이 엄습했다.

 

'혹시 초반에만 이렇게 성과가 있다가 중반부터는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 어떡하지... 오늘의 성과는 나한테 희망을 주는걸까 아니면 희망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면 더더욱 암울해져있을 미래 속에서 나를 조롱하는걸까...'

 

이런 생각이 드니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이였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고 하하호호 웃으며 하루를 즐겨도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자각 하게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다시 또 딸꾹질이 시작 됐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설압자는 이미 다 썼고 하늘이 주신 선물, 손압자를 이용해 헛구역질을 하며 강제로 딸꾹질을 멈췄다. 그렇게 멈춰낸 딸꾹질만 2시간여동안 10번이 넘는다. 정상적인 호흡을 하더라도 갑자기 딸꾹질이 생겨버리니 아무 일 없는 순간마저 약간의 두려움이 들고, 일단 한 번 딸꾹질을 하게 되면 온 몸에 진이 다 빠지는 것 같다.

 

5시경. 오후 면담을 하러 내려갔다. 내려와 대기 중일 때 지금 현재 이명 정도는 오전과 또 다르게 첫날 대비 약 2배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입장 후 오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수면제와 딸꾹질에 대한 약이 추가 혹은 변경 됐으며, 갑자기 커져버린 내 이명에 대해 말씀 드렸더니 다른 실질적인 소리에 집중하며 이명에 집중하는 시간을 줄여보라고 하셨다. 추가로 딸꾹질이 너무 많으니 목에 뭔가를 뿌려주셨고 다시 한 번 고막 검사를 하신 후 면담을 끝냈다. 아 끝내기 전 "혹시 이명이 커지는 현상이 청력이 돌아온다는데 좋은 소식일 수 있는건가요?" 라는 질문에 "딱히 이명으로 그런걸 판단 할 수는 없고 실질적인 소리가 들리는 걸로 판단을 해야한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병실로 돌아오며, 바로 앞에 앉아 계셨던 원장님의 목소리를 능가할만큼 커져버린 이명소리를 배경으로 침대에 앉았다. 안테나를 도둑 맞은 채 덩그러니 켜져 있는, 언제 쯤 방송이 끝날 지 조차 알려주지 않는, 내 머리속에 소상히 존재하는 이 텔레비전은, 대체 언제 쯤 사라져 줄까.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약 10알을 털어 넣고 이제 곧 다시 연결 될 링거 바늘을 기다리며 글을 쓴다.'부작용은 심리적 요인, 백신 패스 약화 검토 중' 웃기지도 않은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기에 잠에서 깬 그 순간부터 귀가 안 들렸던 것일까...

 

'선택하셨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백신을 맞지 않으면 지금 당장 집 밖에 나가 무엇 하나 할 수 없게, 그 어떤 사회 생활도 불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이 한 말이라니...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다쳐야 본인도 잘 몰라하던 인과성의 기준이 본인으로 하여금 받아들여질까. 나라가 참 재밌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잘 오지 않으니 오늘은 컨디션 회복을 위한 마그네슘이 들어 있는 수액을 맞는다고 한다. 뭐든 좋으니 제발 다시금 제대로 된 소리를 왼쪽 귀를 통해 들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 바뀐 수면제와 링거를 맞으며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길 바란다.

 

분명 굉장히 희망적이고 기분 좋은 하루였는데 마지막은 왜 이런 기분으로 끝난걸까. 우울해도 웃어보고 슬픔을 속여 살아가며 적어도 2주간은,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나가야 할 내 건강을 위해 강제로 행복하고 싶다.

 

2022. 02. 09. 수요일

현재 상태 :

1. 이명의 크기가 첫 날에 비해 약 2배 가량 커진 듯 하다.

2. 귀에 손가락을 넣어봤을 때 여전히 사각거림이 인지되며, 마치 전류가 흐르는 컴퓨터 본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3. 귀압은 어제와 비슷하다.

4. 90데시벨에서 68 데시벨로, 22데시벨 감소라는 상당히 희망적인 결과를 얻었다.

 

 

세줄요약

1. 20대 남성이고 부스터샷 접종 이후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귀머거리 됨.

2. 비슷한 사례가 인터넷이나 주위에 많이 전해지나 인정 안될 가능성 농후

3. 현재 '돌발성 난청' 진단 받고 입원 치료 중. 기계 돌아가는 공장 내부 소리 크기 정도가 아니면 아예 안들리는 수준.

 

 

친구도 심장이 쪼이는 듯 한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백신이랑은 어떻게든 연관 안 지으려고 했단다 ㅅㅂ ㅡㅡ

아니 여태 살아오면서 그런 일 없었는데 백신 맞고 3주만에 이런 일 생겼으면 백신 때문이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발현된다고.

 

난 2차맞고 심장아팠음 ㅅㅂ ㄹㅇ 3차는 못맞겠다

부작용 증상이 대체로 귀랑 시력 문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백신 맞고 부쩍 이명 관련으로 카페에 가입한 사람들 많았고 글 쓴 사람들도 많았음

백신 맞고 귀 이명쪽 증상 나타난 사례 개많은건 사실임 내가 원래 이명이 좀 있던 상태라 카페 가입했는데 백신관련 글 많았음

 

난 오른쪽눈 시력 0.3으로 떡락함ㅋㅋ 부스터샷? 절대안맞는다ㅋㅋ ㅅㅂ

ㅜ.. 치료는 어떻게 잘 받으셧을까요,,?

안과가도 방법없더라고여ㅋㅋ

원래 몇이셨어요?

1.2 1.2 보이고 컨디션좋으면 1.4엿음

 

다음달까지 3차맞아야하는데 안맞아야겠다

난 1차 맞고 배꼽이 당기더니 피 조금 났었음.. 2차때도 맞고 나니까 배꼽 엄청 당기고... 이정도로 부작용 인정 안될거 같아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만 3차는 되도록이면 안맞으려고함..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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